금릉학교의 설립과 변천

사립금릉학교는 1906년 강진유지들의 후원으로 설립되었으며 당시 강진군수인 조중관이 교장, 조병관이 교감이었고, 이듬해는 방규석이 잠시 교장을 맡기도 하였다 설립 직후 학생이 100여 명에 이를 만큼 발전하여 언론에 자주 보도되었다. 특히 1907년에는 전국에서 전개된 국채보상운동에 호응하여 금릉학교에서도 국채보상금릉협회를 조직하고 모금하여 1차로 1백 환을 황성신문사에 기탁하였으며, 당시 『황성신문』에 성금을 낸 교사와 학생들의 명단이 실리기도 하였다. 1911년에는 강진공립보통학교로 개편하고 1914년 현재 해남세무서 강진지소 위치로 이전하였는데, 1919년 강진읍 3․1운동 때 김윤식(김영랑)을 비롯한 이 학교 출신이 주도적 역할을 하였다.
사립금릉학교는 1907년 4월 1일 현재 금서당(琴書堂) 자리에서 개교하였고, 1911년 6월 강진공립보통학교로 개편되었으며, 1914년 4월 현재 해남세무서 강진지서로 이전하였고, 1923. 4. 1. 현재 강진중앙초등학교 위치로 이전하였다.

김영랑의 저항적 활동

김영랑은 식민지 지식인이자 시인으로 일제에 저항한 뚜렷한 행적을 지니고 있다. 김영랑의 민족운동을 네 가지로 간추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고등학교 재학 시절 고향 강진에서 3․1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하다가 대구형무소에서 6개월간의 옥고를 치렀다. 1917년 휘문의숙에 입학한 그는 1919년 3월 학업을 중단한 채 동향의 양경천(당시 경성법전 재학 중)과 함께 구두 안창 밑에 「독립선언문」을 깔고 속옷 섶에 『독립신문』과 애국가 가사를 감추고 강진에 도착하여, 거사 예정 3일 전인 3월 20일 일경에게 검거되어 대구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원심 취소로 풀려난 전력이 그것이다. 형무소에서 풀려난 그는 독립투사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중국 상해로 건너가겠다는 뜻을 밝힌 적도 있었지만 실행하지는 않았다.
둘째, 동경 유학 시절 무정부주의 혁명가 박열과 친교를 맺었다는 점이다. 감옥에서 풀려나 1920년 동경 청산학원중학부에 입학한 그는 당시 무정부주의자이자 혁명 가로 유명했던 박열과 같은 방에서 하숙을 했는데, 이때의 경험이 민족정서를 바탕으로 한 시(詩) 세계를 구축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 점은 그와 절친했던 이헌구의 회고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또한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한 그는 고향에만 칩거할 수 없어 상경한 후 그 당시 팽배해있던 신흥 사회주의 분위기에 휩쓸려 그쪽 문사들과 친교를 맺기도 했다고 한다.
셋째, 해방이 될 때까지 창씨개명, 신사참배, 삭발명령, 황국신민의 서사 제창 등을 끝까지 거부하였다는 점이다. 1930년대 말부터 황국신민화정책으로 일제의 탄압은 더욱 극심해졌다. 이 과정에서 강진의 최고 인텔리로 통하던 그에 대한 감시와 탄압이 어떠했을까는 불문가지다. 그러나 그는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일경에게 “내 집 성은 김씨로 창씨했소”라며 당당하게 받아 넘김으로서, 강진군에서는 유일하게 이를 거부한사람이 되었다.
넷째, 단 한 편의 친일 문장도 남기지 않은 작가였다는 점이다. 김영랑은 일제 말 전시체제기의 엄혹한 분위기 속에서 많은 작가들이 친일시를 쓰며 일제에 굴종하고 야합하는 상황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고 친일관련 글을 쓰지 않았다.

저항의 시대적 배경

1940년을 전후는 일제의 탄압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이자 ‘문학의 암흑기’였다. 1930년대 후반부터 한국 사회는 일제의 군국주의 체제가 강화되어 착취와 굴종을 강요하는 고통스런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일본은 중․일 전쟁 (1937)과 태평양전쟁(1941)으로 이어지는 군국주의의 확대 과정에서 ‘내선일체론’이라는 새로운 지배이념을 내세웠다. 내선일체론은 식민지 한국을 일제에 동화시키기 위해 획책한 정책으로, 한국 민족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한국인들이 일제의 식민지 정책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은 중국 대륙의 침략기반을 다지기 위한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하기 위해 이른바 ‘황민화정책’을 한국사회에 강요하였다. 일본은한국인들에게 일본 천황의 신민이 될 것을 강요하면서 ‘신사참배’와 ‘황국 신민의 서사’를 일상적으로 제창하도록 요구하였다. 한국인을 강제로 전쟁에 동원하기 위해 1938년 지원병 제도를 확대 강행하였으며, 1939년에는 한국인들에게 일본식 성명을 쓰도록 ‘창씨개명제’를 발동시켜 한국인의 민족적 뿌리를 말살하고자하였다. 그리고 교육령을 개정하여 학교에서 ‘한국어 교육을 폐지’하고 일본어를 상용하도록 강요하였다. 1941년 이후에는 한국어의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함으로써 한국 사회는 암흑의 시대에 접어들게 되었다.
또한 이 시기는 우리의 문화가 최악의 상황에 몰렸던 시기이기도 했다 우리말로 된 문학 작품은 발표 지면을 거의 상실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작가에 대한 제약과 압박도 날로 심하여져, 붓을 꺾고 자취를 감춘 문인이 많았고, 징용으로 끌려가거나, 구금 상태에 놓인 문인들도 적지 않았으므로, 문학 작품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은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특히 1937년 이후 한국어 교수(敎授)의 폐지와 간행물의 폐간은 한국어의 말살, 민족문학의 죽음을 의미 하는 것이었다.